우리는 삶의 어느 시점에서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종교란 무엇인가?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혹은 “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종교는 단순히 ‘신을 믿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종교란 인간이 존재와 삶, 죽음과 그 너머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의 한 형태입니다.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인류 문명은 자신만의 신화, 의식, 신을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죽음 이후엔 무엇이 있을까?”
과학이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존재론적 질문에, 종교는 신화와 교리로 해석을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종교는 법이 없던 시절에도 사회를 유지하는 도덕적 틀이 되었습니다.
고통과 상실, 두려움의 순간에 인간은 신이나 초월적 존재를 통해 위안을 얻습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감정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세계는 넓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다양합니다. 특히 종교와 전통문화는 한 사회의 가장 깊은 뿌리를 형성하며, 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들의 의식과 철학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문화권 중에서도 강렬한 종교적 색채와 전통을 간직한 3곳의 의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인도 바라나시의 ‘강가 아르티’ 체험: 신과 인간이 만나는 성스러운 불의식
인도 북부의 고도 바라나시는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도시로, 인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곧 윤회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매일 밤 갠지스강(강가) 앞에서 열리는 ‘강가 아르티' 의식은 여행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행사가 아닌 삶과 죽음, 자연과 신성의 경계가 흐려지는 신비한 시간입니다.
아르티는 힌두 사제들이 성스러운 불꽃(램프)을 들고, 갠지스강 여신을 향해 노래하고 춤추며 드리는 감사의 의식입니다. 사제들은 전통 복장을 입고, 나팔과 종, 조명 장식, 향을 들고 강변 계단(가트) 위에서 의식을 집전합니다. 그 장면은 마치 성스러운 연극 한 편을 보는 듯합니다. 이때 하늘로 치솟는 불꽃,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 강가에 흘려보내는 꽃과 촛불이 하나의 장관을 이룹니다.
이 의식은 해질 무렵부터 시작되며, 수많은 현지 신자들과 여행자들이 함께 앉아 경건히 바라보게 됩니다. 단지 ‘관광’이 아니라, 그 속에서 정신적인 감화를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신론자조차도 이 순간에는 자연과 인간,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수 있습니다.
의식은 매일 저녁 6~7시경 대규모로 열리며, 인기 가트(다샤슈와메드 가트 등)는 일찍 가야 좋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소형 보트를 빌려 강 위에서 관람하면 색다른 경험이 됩니다.
의식을 마친 후 사람들은 강가에 꽃과 촛불을 띄우며 개인적인 소망이나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바라나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모든 순간을 신에게 바치는 도시이며, 그 정신을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강가 아르티 체험입니다.
2.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의 '토속 조상제사': 조상과의 대화, 공동체의 뿌리 찾기
중국 남서부 윈난성은 다양한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조상제사와 토속신앙 의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족, 바이족, 하니족 등의 명절이나 제사 의식은 도교, 불교, 애니미즘이 융합된 복합문화로, 오랜 세월 지역사회의 뿌리로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이족의 조상 숭배 의식은 ‘빌림 제사’라고 하며,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공동체 의식입니다. 이 의식에서는 먼저 조상의 이름이 적힌 나무패나 위패를 모시고, 집안 어른이 향을 피우며 조상의 혼을 부릅니다. 이후 닭, 돼지, 찹쌀떡 등을 제물로 차리고, 조상의 삶과 덕을 회상하며, 자손들의 복과 번영을 기원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지 조상만 기리는 것이 아니라, 산과 강, 하늘과 땅에 깃든 영혼들도 함께 모시며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고대 중국의 선민사상과 샤머니즘이 결합된 형태로, 종교를 넘은 삶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의식의 마지막에는 전통 북춤과 노래가 이어지며, 마을 주민과 외부인 모두가 함께 어울려 조상과 후손이 함께하는 축제로 마무리됩니다.
윈난의 소수민족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문화 축제 시즌(음력 새해, 추석 등)에 방문하면 체험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전 예약을 통한 민속 체험 프로그램이 지역 관광청에서 운영됩니다.
이 의식에 참여하면서, 우리는 단지 옛 문화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 가족, 공동체에 대한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고찰은 인류 보편의 질문이며, 이족의 조상제사는 그에 대한 하나의 고요한 대답입니다.
3. 아프리카 가나의 전통 부두교 제의식: 서구적 편견을 넘어선 영혼과의 소통
아프리카 서부 가나는 오늘날에도 전통 신앙과 의식이 생생히 살아 있는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에웨족과 아샨티족의 전통 부두교 의식은 외부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흔히 서양에서는 부두교를 ‘저주’나 ‘주술’로 왜곡하지만, 원래 이 의식은 신과 조상,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심오한 영적 체계입니다.
부두교 의식은 특정 신을 부르기 위한 음악, 춤, 의식적인 음식과 의복으로 구성됩니다. 사제나 무당 역할을 하는 사람을 보코노라고 하며, 그는 마을의 영적 안내자입니다. 제의식은 마을 광장에서 열리며, 북소리와 함께 신의 이름을 부르면, 일부 참여자들은 트랜스 상태에 들어갑니다. 이 상태에서 사람들은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조상의 혼과 대화를 나눈다고 믿습니다.
의식에는 항상 의도된 상징과 색채가 동반됩니다. 예를 들어, 흰색은 평화와 조상, 검정은 신비와 죽음, 빨강은 열정과 정화를 의미합니다. 사용되는 북소리와 노래는 세대에 걸쳐 전해진 ‘영혼의 언어’이며, 공동체의 집단 기억을 깨우는 수단입니다.
힌두교는 관광상품으로 보기보다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존중의 자세로 접근해야 합니다. 가나 현지 엔지오나 문화기관에서 운영하는 전통신앙 체험 워크숍이 있으며, 사전 신청 시 일부 제의식 참여가 가능합니다.
이런 의식은 한 인간이 아닌 공동체 전체가 ‘하나의 영적 존재’처럼 연결된다는 체험을 하게 해 줍니다. 서구적 시선에서 보면 낯설고 때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하게 신을 이해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오늘 알아본 종교는 기존의 우리가 흔히 알던 기독교, 천주교, 불교등에 비교에 우리에게 매우 낯설고 다름을 깨우쳐 줍니다.
하지만 그들의 종교를 인정해주고 껴안고 다름을 존중하는 여행은 어떨까요? 지구 반대편의 종교와 문화 의식을 체험한다는 것은 단순한 이국적 경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신, 인간, 죽음, 자연을 바라보는지 깨닫는 과정입니다.
이런 여행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열린 시야로, 조금 더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가장 먼 여행은 물리적 거리보다, 사고의 거리를 넘는 일입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다름은 우리가 아직 배우지 못한 또 다른 진실이다.”